해방촌에서 이번 산책의 출발점은 간판입니다. 붉은 차양, 아랍어 글자, 가게 이름을 살린 조명까지. 코카-콜라의 로컬 프로젝트로 옷을 갈아입은 가게들을 따라가면, 사진에 담고 싶은 골목과 한 끼를 먹고 싶은 식당이 나란히 이어져요.

목적지는 해방촌 신흥시장 일대입니다. 시장 안을 천천히 둘러본 뒤 식당 한 곳에 앉는 코스로 잡아보세요. 가게 주인의 사연을 조금 알고 가면, 그저 예쁜 간판으로 지나쳤을 풍경도 달라집니다.

가게마다 다르게 바뀐 간판

해방촌 건물 모서리를 채운 벽화와 골목을 걷는 사람한국 코카-콜라

이번 프로젝트는 신흥시장에서 출발해 주변 해방촌 골목으로 넓어졌습니다. 피자오의 붉은색과 흰색 차양, 카사블랑카의 아랍어 로고, 한신옹기의 한글 간판처럼 가게마다 쓰는 언어와 분위기를 남긴 점이 재미있어요. 건물 모서리에는 아티스트 레옹 모카의 벽화도 더해졌습니다.

눈에 띄는 가게를 사진으로 담은 다음, 간판에 적힌 이름을 다시 읽어보세요. 같은 골목에서도 어떤 집은 음식을, 어떤 집은 그곳을 지켜온 사람을 먼저 떠올리게 합니다. 신흥시장으로 들어가면 네 가게의 이야기를 식사와 연결할 수 있어요.

구두 가게가 있던 자리에, H5NG 해방촌

붉은 간판 아래 H5NG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손님들한국 코카-콜라

붉은 등과 초록빛 간판이 보이는 H5NG는 아메리칸 차이니즈 음식을 내는 식당입니다. 몽골리안 비프 20,000원, 사천 가지 18,000원, 볶음밥 13,000원으로 메뉴를 고를 수 있어요. 둘이 간다면 요리와 밥을 나눠 주문하는 식으로 한 끼를 구성하기 좋겠습니다.

H5NG 주방에서 웃고 있는 홍석우 사장한국 코카-콜라

이 가게의 주인 홍석우 씨에게 신흥시장은 가족의 일터이기도 합니다. 할아버지는 시장 초대 상인회장을 지냈고, 할머니와 아버지가 구두 가게를 하던 자리에 지금의 식당을 열었다고 해요. 간판 아래 놓인 테이블을 보면, 같은 자리에서 파는 물건과 모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상상하게 됩니다.

H5NG는 신흥로 95-17에 있습니다. 매일 낮 12시에 문을 열고 오후에는 브레이크타임을 두는데, 토요일에는 15:30부터 17:30까지 쉬어요. 토요일 늦은 점심을 생각한다면 점심 주문 마감인 14:00 전에 도착하는 편이 좋습니다. 다른 요일의 쉬는 시간과 주문 마감은 가게 안내에서 보고 일정을 잡아주세요.

시장 안쪽에서 통닭 한 마리, 해방촌닭

전기구이 통닭을 들고 있는 해방촌닭 류호 사장한국 코카-콜라

통닭을 가운데 두고 식사하고 싶다면 해방촌닭으로 향해보세요. 방송 PD로 일했던 류호 씨가 운영하는 전기구이 통닭집입니다. 한방통닭 23,000원, 마늘한방통닭 26,000원, 들기름막국수 10,000원으로, 통닭 한 마리에 면을 곁들이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해방촌닭 야외 테이블에 음식을 내오는 류호 사장한국 코카-콜라

주소는 신흥로 97-5, 신흥시장 1층입니다. 큰길 쪽에서 건물을 찾은 뒤 시장 안으로 들어가야 가게 입구가 나와요. 처음 방문한다면 지도에 찍힌 건물 앞에서 멈추지 말고, 시장 안쪽 간판까지 찾아가는 것이 작은 요령입니다. 영업일과 예약은 본점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태국에서 가져온 가족의 레시피, 팟카파우

팟카파우 입구에서 팔짱을 끼고 웃는 파우 사장한국 코카-콜라

생선 그림이 있는 작은 간판 아래가 팟카파우의 입구입니다. 신흥로 97-6에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태국 요리를 만드는 파우 사장의 식당이 나와요. 태국에서 셰프로 일하던 그는 한국인 아내를 만나 한국에 정착했고, 아내와 함께 찾은 신흥시장에서 자신의 가게를 열었습니다.

파우 씨의 가족은 식당과 농장, 채소밭을 함께 운영했습니다. 그는 열한 살 무렵부터 양파를 다듬고 시장에서 재료를 고르며 요리를 배웠다고 해요. 증조할머니에서 어머니를 거쳐 자신에게 이어진 가족의 레시피를 서울의 작은 주방에서도 지켜가고 있습니다. H5NG가 가족의 일터를 이어받았다면, 이곳에서는 멀리서 가져온 가족의 음식이 시장의 한 끼가 됐네요.

팟카파우 주방에서 완성한 요리를 들고 있는 파우 사장한국 코카-콜라

메뉴를 고를 때는 가게 이름과 같은 ‘팟카파우무쌉’ 15,000원부터 살펴보세요. 팟타이 17,900원과 똠얌꿍 24,000원도 있습니다. 밥 한 접시로 식사할지, 면과 국물 요리를 나눌지에 따라 주문을 정하기 좋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라면 각자 밥만 고르기보다 서로 다른 종류를 가운데 두는 식으로 메뉴를 구성해보세요.

가게 앞에 선 파우 사장의 모습과 요리를 든 주방 사진을 함께 보면, 골목에서 마주한 작은 출입구가 한 사람의 오래된 일터로 이어진다는 것이 실감납니다. 간판을 찍은 뒤 한 층 올라가 식사하는 과정까지 산책에 넣어볼 만해요.

팟카파우는 12:00부터 21:00까지 운영하며 15:00부터 17:00까지 쉽니다. 매달 둘째·넷째 월요일은 정기휴무예요. 점심 주문은 14:30에 마감하니 늦은 점심을 계획한다면 시간을 먼저 살펴주세요. 문의는 0507-1312-2521입니다.

된장을 넣은 타코, 팁시타코

고기와 과카몰리를 담은 타코 두 개와 흰 접시팁시타코

시장 1층의 팁시타코에서는 한국의 장과 멕시코 요리가 한 접시에 놓입니다. 시그니처 ‘팁시 타코’는 돼지고기 요리인 까르니타스에 된장을 더한 메뉴예요. 과카몰리와 함께 또띠아에 담아내니, 익숙한 재료를 다른 음식 안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팁시 타코와 소불고기 타코, 치즈 불닭 타코는 각각 8,900원입니다. 이름을 따라 된장이 들어간 시그니처를 고를 수도, 불고기나 불닭처럼 익숙한 재료부터 시작할 수도 있어요. 동행인과 종류를 다르게 골라 나눠보면 같은 타코 안에서도 취향이 어디로 갈리는지 알게 되겠죠.

둥글게 구운 퀘사디아에서 한 조각을 들어 올리는 손팁시타코

타코에 다른 메뉴를 곁들이고 싶다면 퀘사디아 10,900원도 있습니다. 둥글게 구운 또띠아를 조각으로 나눠 먹는 음식이라 가운데 놓고 나누기 좋아요. 매장에서 소개하는 퀘사디아에는 마늘을 바탕으로 만든 사워크림 소스가 함께 나오며, 고기 토핑은 별도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주문할 때는 타코의 고기와 겹치지 않게 골라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가게를 산책에 넣으면 간판을 보는 즐거움이 메뉴판까지 이어집니다. 골목의 서로 다른 언어와 색을 구경한 뒤, 된장·불고기·멕시코 요리가 섞인 메뉴를 고르는 식이죠. 한 가게씩 자신의 방식을 더해온 신흥시장의 모습을 음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팁시타코는 신흥로 99-1, 신흥시장 내부 1층에 있습니다. 11:00부터 22:00까지 문을 열고, 15:00부터 17:00까지 브레이크타임을 둡니다. 매주 수요일은 휴무이며 마지막 주문은 21:00입니다. 문의는 0507-1337-5187로 하면 됩니다.

골목 산책을 준비한다면

네 가게 가운데 한 곳을 식사 장소로 정해두면 산책이 여유로워집니다. 요리와 밥을 나눌 중식당, 통닭 한 마리를 가운데 둘 식탁, 태국 요리, 종류를 골라 먹는 타코까지 그날 먹고 싶은 음식부터 골라보세요. 간판과 벽화를 보고 싶다면 식사 전에 바깥 골목부터 걷고 시장 안으로 들어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늦은 점심과 이른 저녁 사이에는 쉬는 가게가 많습니다. 팟카파우와 팁시타코는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H5NG는 토요일에 오후 3시 30분부터 두 시간 쉬어요. 산책 뒤 곧바로 식사하려면 마지막 주문 시간까지 함께 맞춰두세요. 오르막이 있는 동네인 만큼 편하게 걸을 신발도 챙기고요.

  • 산책 중심지: 서울 용산구 신흥로 95-9 신흥시장 일대. 네이버 지도에서 길찾기.
  • H5NG: 신흥로 95-17. 몽골리안 비프 20,000원·사천 가지 18,000원·볶음밥 13,000원. 문의 02-3789-4165.
  • 해방촌닭: 신흥로 97-5 신흥시장 1층. 한방통닭 23,000원·마늘한방통닭 26,000원·들기름막국수 10,000원. 문의 0507-1399-2037.
  • 새로 골라볼 두 곳: 팟카파우는 신흥로 97-6 신흥시장 2층(0507-1312-2521), 팁시타코는 신흥로 99-1 시장 내부 1층(0507-1337-5187)입니다.
  • 방문 시간: 시장 안 가게들은 개별 운영합니다. 식사할 곳의 휴무·브레이크타임·예약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주세요.

해방촌에서는 새 간판을 구경하러 갔다가, 그 자리를 지켜온 사람에게 관심이 옮겨갑니다. 마음에 남은 간판 하나와 식당 한 곳을 골라두면 다음 골목으로 서둘러 넘어갈 이유도 줄어들 거예요.